Interview

꿈을 요리하는 아이
김다엘

다엘 군(13)은 요즘 주말마다 엄마와 함께 요리를 연습한다.
직접 만든 치즈 리소토, 자칭 ‘치때밥’(치즈를 때려 넣은 밥)은 사촌 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다엘 군은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조차 힘겨운 아이였다.
다섯 살에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을 진단받고, 긴 치료 과정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요리사라는 새로운 꿈을 품고, 희망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글. 황혜민 사진. 이도영

백혈병과의 만남, 그리고 긴 싸움의 시작

“솔직히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기억은 거의 없어요. 다섯 살 때였으니까요. 그래도 골수 검사, 척수 검사 같은 것들이 힘들었던 기억은 남아 있어요.” 어린 나이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다엘 군은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익숙해질 만큼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처음 입원했을 때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치료의 고통은 몸에 배었다. “그래도 골수 검사와 척수 검사를 하면 부모님이 게임 현질(게임의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을 해주신 것은 좋았어요.” 아이다운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다엘 군이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보호자 유윤정 씨는 믿을 수 없었다.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복직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다엘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되면서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았죠.” 그렇게 병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치료가 시작됐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투병 생활은 3년 9개월이되었고, 모든 것이 익숙해질 때쯤 치료를 마치고 건강도 회복되었다. 다시금 예전의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 날, 백혈병이 재발했다. 온 가족의 삶이 또 한 번 멈추었다.
“재발 진단을 받고, 진료실 복도에서 우연히 강형진 교수님을 마주쳤어요. 교수님을 붙잡고 펑펑 울었죠. 우리 아이 좀 살려달라고. 더 힘들어질 치료를 아이가 잘 견딜 수 있을지 향후 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새로운 치료의 기회로 시작된 꿈

CAR-T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T세포)를 유전자 조작하여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고, 건강한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기존의 조혈모세포 이식은 고용량 항암제 또는 전신 방사선 치료 후 건강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투여하는 치료법으로 여러 합병증의 위험이 있고,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그러나 CAR-T 치료는 환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백혈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지금까지 상업용 CAR-T 치료는 환자의 혈액을 해외로 보내고, 생산 후 다시 한국으로 수송되어 치료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었다. 이에 서울대학교병원은 자체 GMP 생산시설을 활용해 CAR-T 치료제를 병원 내에서 직접 생산해 치료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22년 4월 첫 환자에게 CAR-T를 성공적으로 투여하며 임상연구를 시작했고, 2023년 4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사업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9명에게 CAR-T 치료를 제공했다.
강형진 교수(암사업부장)는 “CAR-T 치료는 기존 치료법보다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이 적고, 환자의 면역 체계를 활용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다엘 군처럼 기존 치료법으로 한계를 겪은 환자들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치료 후 다엘 군은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체력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으며,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컸다. “예전에는 산책할 때 열 번 넘게 쉬어야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한 번도 안 쉬고 끝까지 걸을 수 있어요.”

“ 기회가 된다면,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직접 커피를 내려드리고 싶어요.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요.”

유윤정 씨 역시 아들의 변화를 보며 웃음 가득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CAR-T 치료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기존 치료법의 부작용이 큰 부담이 되었기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다. “새로운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맞을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교수님께서 CAR-T 치료의 효과와 아이에게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설명해 주셨고, 결국 아이와 함께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기부자분과 강형진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매일 꿈꾸며 나아가는 하루

건강한 일상을 되찾은 다엘 군은 꿈이 많다. 꿈이 자주 바뀌기도 하지만 현재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요리를 연습하며, 직접 만든 음식을 가족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즐겁다는 다엘 군.
최근 커피에도 관심이 많아 홈 카페 바리스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직접 커피를 내려드리고 싶어요.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요.”
이야기를 들은 강형진 교수는 미소를 지었다. “CAR-T 치료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다엘 군이 건강하게 자신의 목표를 찾아나가길 바랍니다.”
긴 치료 과정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김다엘 군. 그는 이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해나가고 있다. “같은 병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잘 이겨낼 수 있어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