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신경근육질환은 우리 몸을 움직이는 데 꼭 필요한 신경과 근육 등 말초신경계를 침범하는 질환을 일컫는다. 사실 그 범위는 상당히 넓으며,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퇴행성 변화, 자가면역질환, 대사 이상, 호르몬 불균형, 독성 물질, 약물, 감염, 영양 결핍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은 질환이 침범한 부위와 정도, 환자의 연령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신생아기에 심한 신경근육질환이 발생하면 운동 발달이 지연되어 목을 가누기 어렵거나 팔다리를 움직이기 어려우며, 심한 경우 호흡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행이 가능한 아동의 경우 다리 근력 저하로 인해 자주 넘어지거나, 줄어든 근력을 보상하는 형태로 이상 보행을 보일 수도 있다. 다리 근력 저하가 심해지면 결국 휠체어 이동이 필요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팔의 기능은 매우 중요한데, 어깨, 팔꿈치, 손 등의 근력이 저하되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고,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기본적인 활동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신경근육질환의 경우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고,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이 심하지 않도록 조절하며 살아가야 할 수 있다. 특히 팔과 다리의 근력 저하는 움직임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이차적으로 관절 구축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흔하다.
재활치료는 약해지는 팔다리의 기능을 유지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방법이다. 보조기기는 근력이 저하된 팔다리를 지지해 줌으로써 일상생활 수행을 돕고, 관절 구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기존의 일반적인 보조기기는 수동적인 지지 역할만 할 뿐, 능동적인 움직임을 유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근력이 약한 환자들의 움직임을 보조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가 관절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유발하는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기존의 보조기기 중에서는 외골격형 로봇이 대표적이다. 외골격형 로봇은 단단한 프레임이 팔다리를 감싸고, 모터 등의 동력원을 이용해 관절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외골격형 로봇은 충분한 힘을 제공하여 능동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지만, 무거운 무게로 인해 이동이 어렵고, 착용 및 탈착이 불편하며,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 등으로 인해 사용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로 최근에는 근력이 약한 사람들의 일상생활 개선을 위한 근력을 보조하는 부드러운 재질의 기기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기는 가볍고 착용감이 뛰어나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재활의학과(연구 책임자: 이우형)와 한국기계연구원 첨단로봇연구센터(공동 연구자: 박철훈)는 2022년부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아 신경근육질환으로 인해 근력이 약해진 아이들을 위한 능동 보조기기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형상기억합금 스프링 실을 직조하여 만든 옷감을 이용한 인공 근육을 활용하고 있다. 이 인공 근육은 전기적 에너지를 통해 실제 근육처럼 수축과 이완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능동적인 움직임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가볍고, 저렴하며, 적절한 구동력을 제공하면서도 착용감이 뛰어나고 탈착이 쉬운 기기를 목표로 설정했고, 형상기억합금 스프링 실을 이용한 인공 근육이 이러한 조건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어떤 관절과 어떤 움직임에 초점을 맞출지 고민한 끝에, 손의 근력은 비교적 보존되어 있으나 어깨 근력이 특히 약해지는 듀센 근이영양증 환자를 주요 대상으로 설정했다. 연구 목표는 어깨 근력을 능동적으로 보조하여 팔을 이용한 일상생활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질환 분석 및 기기 시작품 개발을 진행하였으며, 2024년에는 듀센 근이영양증으로 어깨 근력이 감소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결과는 다행히 긍정적이었다. 능동 관절 범위, 상지 기능 평가 척도, 상자 속 블록 검사, 일상생활 동작 시 근활성도 등에서 모두 긍정적인 개선 효과가 확인되었다. 또한 사전 수요 조사에서 머리 만지기, 물 마시기, 물 따르기 등 팔의 근력이 약한 아이들이 원하는 동작에서도 기능 향상이 이루어졌으며, 중대한 안전성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2024년의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기기를 더욱 발전시켜 2차 시작품을 개발하고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1차 임상시험에 참여한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어깨의 전방 굽힘 근력을 더욱 강화하고, 착용을 더 간편하게 하며, 사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2차 시작품을 제작했다. 또한 임상시험 대상을 듀센 근이영양증에 국한하지 않고 어깨 근력이 약화되는 다양한 질환을 가진 아이들로 확장하여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신경근육질환으로 인해 근력이 약해진 아이들이 이 기기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까지는 아직 지나가야 할 많은 관문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건강과 그 가족의 행복을 염려하는 기부자들의 도움이 크고 그 소중한 뜻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일상생활에서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재활의학과 이우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