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Talk ― Interview

데이터가 묻다우리 아이들의 치료는 어디까지 왔는가

소아암·희귀질환의 치료는 지금도 진료실에서 수많은 판단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 연구자들은 같은 질문을 마주한 채 진료와 연구를 병행한다.
이 아이의 경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 선택은 다음 아이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가.
코호트 연구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코호트는 계획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자를 등록하고, 기록을 맞추고, 데이터를 이어 붙이는 수많은 선택과 조율의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현장에서 힘을 발휘한다.
각자의 진료 현장에서 코호트 연구를 직접 추진해 온 연구자들을 만나보았다.
그리고 데이터가 어떻게 진료의 판단으로 이어지는지 그 순간을 연구자의 경험을 통해 들어보자.
  • 김승기 교수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소아 모야모야병 및
    모야모야 증후군 코호트 구축

  • 강희경 교수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한국 소아 신증후군
    예후향상을 위한 다기관 코호트 연구

  • 심정옥 교수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한국 소아청소년 염증성 장질환
    다기관 코호트(CARE-KIDS)를
    이용한 바이오마커(biomarker) 개발을
    통한 정밀의학 도입

  • 김수진 교수 부천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기능성 단심실 환자의 조기치료 및
    합병증 조기진단에 대한 코호트 연구

  • 송제선 교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

    발육장애성 치과희귀질환 환자의
    치과진료 코호트 구축 및 임상지침 개발

  • 김존수 교수 충북대학교병원 소아신경과

    한국형 결절경화증
    (tuberous sclerosis complex) 코호트 구축 사업

한국 소아 모야모야병을
한눈에 관리하다김승기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

모야모야병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특별한 원인 없이 점차 좁아지고 막히는 뇌혈관질환입니다.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이 질환을 진료하다 보면 한 기관의 경험만으로 환자의 경과와 치료 결과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낍니다. 희귀질환이지만 국내에서 치료받는 환자 수가 적지 않은 만큼 전국 단위에서 환자 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전국 규모의 소아 모야모야병 코호트 구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희귀질환의 특성상 환자와 보호자의 연구 참여 순응도는 비교적 높아 환자 모집은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만 의정 사태 등 외부 요인으로 다기관 참여를 지속하는 데 제약이 있었고, 기관마다 검사와 수술 프로토콜이 달라 데이터 표준화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다기관 미팅을 통해 참여를 요청하고 데이터 수집 기준을 지속적으로 조율해 왔습니다.
이번 코호트의 중요한 특징은 소아 모야모야병 환자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eCRF 기반 시스템입니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는 환아의 특성상 다른 기관에서 시행된 수술과 검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진료 효율이 높아졌고 유전변이 검사 중복 문제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연구 성과도 점차 축적되고 있습니다. 환아의 혈액에서 세포외소포를 분석한 결과 miR-512-3p라는 특정 마이크로RNA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혈액 검사 기반 조기 진단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RNF213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는 모야모야병의 강력한 감수성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었고,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는 점도 분명해졌습니다. 또한 환자의 뇌척수액 단백체를 분석해 ‘SLITRK1’ 단백질 발현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을 밝혀 이 임상 특성(뇌경색 유무, 수술 여부)와 연관된 단백질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모야모야병이RNF213이라는 감수성 유전자뿐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현재 참여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국내 진료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공통의 프로토콜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정밀의료 시대에 맞춰 환자별 임상 경과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와 추적 관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코호트 연구가 한국 소아 모야모야병 환자 치료의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기관의 경험만으로는 아이들의 경과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전국의 기록이 모일 때 치료의 흐름과 선택의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희귀질환 진료는 경험에 의존하기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코호트는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진료를
근거로 설명할 수 있게 합니다.

한국 소아 신증후군
치료의 기준을 만들다강희경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 신장 질환을 진료하면서 늘 마주하게 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환자 수가 매우 적다는 점이죠. 특히 소아 신장 질환은 대부분이 희귀질환입니다.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나 이른둥이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면 진료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사례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 병원, 한 연구자의 경험만으로 치료의 방향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2010년대 후반, 전 세계적으로 희귀질환 영역에서는 코호트 연구만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전부터 별도의 대형 펀딩 없이 가능한 범위에서 코호트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성인 만성 콩팥병 코호트에 소아 환자가 함께 포함된 경험을 통해 코호트 연구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경험과 필요성도 이미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스테로이드 반응성 신증후군을 선택한 이유는 소아 신장 질환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늘 고민이 따랐죠. 해외에서 제시된 여러 진료 가이드라인이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동안 국내 현실에 맞는 통일된 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 의료진이 여러 권고안을 참고해 각자의 방식으로 진료해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코호트 연구를 통해 적어도 현재 한국의 소아 스테로이드 반응성 신증후군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가장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데이터로 답하고 싶었습니다. 경험이나 관행이 아니라 우리나라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근거를 쌓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데이터 플랫폼이 초기에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거든요. 현재는 서울대학교병원 MRCC 플랫폼을 사용하며 안정적인 데이터 관리 환경을 구축했지만, 비용과 인력의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환자 편의와 기존 진료 흐름을 유지한 채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도 연구의 어려움입니다.그럼에도 이 연구가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습니다. 근거에 기반한 진료 기준이 마련될 때 치료는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국 소아 신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치료의 기준을 세우는 것, 그 출발점이 바로 우리가 쌓고 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소아 염증성 장질환,
데이터로 길을 찾다심정옥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 염증성 장질환은 아이들의 현재뿐 아니라 성인기 건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희귀난치질환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로 관해 상태를 잘 유지한다면 아이들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염증성 장 질환을 앓는 소아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 질환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전국 단위 코호트 구축은 오랜 시간 소아소화기영양학을 연구해 온 연구자들의 공통된 바람이었습니다. 개별 기관의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고 전국의 연구자와 환자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코호트 연구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다수의 공동연구자들이 참여 의지를 보였지만 각 병원에서 진료를 병행하며 환자 등록과 임상 정보 입력, 검체 수집과 보관까지 모두 수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거든요. 진료 환경 악화로 중간에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연구 개시 이후 일부 기관 인체자원은행이 협약 유지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검체 보관을 거부했던 사건이 가장 큰 고비였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검체는 중앙 기관으로 이송하고 일부는 각 기관에서 보관하되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hybrid-virtual biobank’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현재까지 1,200여 명의 환자가 참여해 장기적인 치료 결과까지 추적되고 있으며 특정 시기에 진단된 환자의 약 70%가 등록된 명실상부한 전국 단위 코호트로 성장했습니다. 혈액과 대변, 조직 등 인체자원까지 함께 수집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료로, 대표적인 유럽 코호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귀중한 데이터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 소아 크론병 환자에서 항문질환이 동반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과 이러한 경우 오히려 장 염증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임상적 특성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질환을 조기에 의심하고 진단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호트를 장기적으로 운영하며 장기 치료 결과 분석과 바이오마커 개발을 통해 환자 맞춤형 정밀의학 진단과 치료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한국 소아청소년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 이 데이터가 중요한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소아 질환은 치료의 순간보다
그 이후의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코호트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전 과정을 함께 기록하는 연구입니다.

폰탄 환자는 수술 이후에도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코호트는 생애 전반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 위한 기반이 됩니다.

폰탄 환자,
생애 전반을 함께 보다김수진 부천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폰탄 환자는 선천성 심장질환 가운데서도 가장 복잡하고 중증인 형태에 속합니다. 출생 이후 여러 차례의 수술을 거쳐야 하고 치료가 마무리된 뒤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죠. 문제는 이러한 합병증이 비교적 늦게 드러나거나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진료 현장에서 이 환자들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합병증의 원인을 규명해 예후를 개선할 필요성을 느껴 폰탄 환자 코호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아 희귀질환 분야는 연구비와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 연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의 지원을 통해 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각 기관 의료진이 진료 현장 속에서 시간을 쪼개 협력해 준 덕분에 코호트 구축이 가능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폰탄 환자의 전체 규모와 수술 이후 합병증 발생 현황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기관마다 관리 방식과 추적 체계가 달라 치료 결과에도 차이가 있었지만 이를 비교·분석하면서 국내 현실에 보다 적합한 관리 방향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기능성 단심실 환자 코호트 연구는 국내 6개 주요 병원이 협력해 출생 직후부터 환자를 등록하고 수술과 추적 관리를 장기간 이어가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모든 참여 기관은 동일한 eCRF를 사용해 정보를 입력하고 주관 기관에서 이를 통합 관리하고 있습니다. 진료 과정에서는 각 병원이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환자 추적 일정과 검사 항목을 논의 및 합의했으며 실제 임상 적용 결과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코호트 연구와 함께 마련된 폰탄 진료지침은 각 병원마다 달랐던 관리 방식을 조율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국제 권고안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국내 의료 환경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형태로 정리해 합병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의 일관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유사한 수준의 진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폰탄 환자는 수술 이후에도 평생 관리가 필요한 환자입니다. 생애 주기에 맞춰 검사 항목과 주기를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간, 신장 등 말초 장기에 대해서는 환자 상태에 따라 기본검사부터 심층검사까지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환자의 성장과 함께 변화하는 건강 상태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 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 연구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치과 희귀질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다송제선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 교수

치과 영역에도 발육장애성·유전성 희귀질환이 존재합니다. 이들 질환은 환자에게 심리적·사회적·경제적·기능적 어려움을 동시에 안겨주지만, 그동안 제도적 관심과 지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료의 상당 부분이 비보험 영역에 속해 환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죠.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줄 기초 자료조차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국내 치과 희귀질환 환자의 분포와 임상 양상, 치료 과정과 비용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가 부족해 정책적 논의로 이어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발육장애성 치과 희귀질환 코호트 구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코호트에서는 국내 발육장애성 치과 희귀질환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임상 양상과 치료 과정, 실제 치료 비용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자 했습니다. 상아질 형성부전증, 법랑질 형성부전증, 핍치증, 앞니-어금니 형성이상, 국소적 치아 이형성증, 앞니-어금니 저석회화증 등 대표적인 여섯 가지 질환을 중심으로 역학 정보와 임상 정보, 청소년기의 임시 치료부터 성인기 최종 치료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치료비 자료는 향후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구 과정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전국 단위 연구인 만큼 기관별로 기관윤리위원회 승인 절차와 데이터 관련 심의가 달랐고, 일부 기관은 연구 참여가 수개월 이상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치과 희귀질환은 치료가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전향적 추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각 기관의 후향적 데이터를 활용해 경제적 비용 추계를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 단일 기관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매우 희귀한 질환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임상 양상에 대한 폭넓은 정보 공유도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타액 유전자 뱅킹을 함께 구축하며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도 유전자 연구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이번 연구에서는 진료지침과 정책 제안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일반 치과의사를 위한 지침을 통해 1차 진단과 전문 기관 의뢰의 기준을 제시하고, 의사용 지침을 통해 적절한 시기의 협진을 돕고자 했습니다. 비급여 치료비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서를 마련해 보건 당국과 국회에 전달하며 제도적 논의의 출발점도 만들고자 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의 현실을 기록하고 사회에 드러내는 것, 이 연구가 인식과 지원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치과 희귀질환은
그동안 기록되지 않아
논의조차 어려웠습니다.
코호트는 환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사회적 논의를 가능하게 합니다.

한국 환자의 특성은
외국의 자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인 데이터를 모으는 일은 진료의 출발점이 됩니다.

한국 결절경화증
환자들의 이야기, 데이터로 연결하다김존수 충북대학교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결절경화증은 희귀질환이지만 진료실에서는 결코 낯설지 않은 질환입니다. 신생아기부터 시작해 소아청소년,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만성질환으로 연령에 따라 다양한 장기에 증상이 나타나죠. 문제는 우리가 참고해 온 임상 정보의 대부분이 외국 환자 코호트에서 나온 데이터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한국인 결절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여러 기관의 소아신경과 연구자들과 뜻을 모아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한국인 환자의 임상·유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진료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코호트 연구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연구 참여자 모집과 데이터 입력에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특정 지역이나 기관에 환자가 편중될 경우 정보 편향이 발생할 위험도 있었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의 환자가 고르게 등록되도록 연구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전국 19개 대학병원이 참여하는 다기관 네트워크로 확장되었습니다. 다기관 협력을 통해 데이터의 대표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각 기관의 전문성을 공유하는 것이 이 코호트의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코호트에서는 인구학적 정보와 임상 데이터, 유전분석 데이터를 함께 수집하고 있습니다. 진단 연령과 임상 증상, 유전자 검사 결과, 영상 검사와 인지기능 평가까지 연령별로 나타나는 다양한 임상 양상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있죠. 연구자가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에 더해 환자와 보호자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삶의 질과 증상 설문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유전 데이터 분석도 중요합니다. 결절경화증은 TSC1 또는 TSC2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TSC2 변이 환자에서 보다 중증의 임상 양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코호트 데이터를 통해 유전자 변이 유형과 뇌전증, 신장 병변, 피부 증상 등 임상 양상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으며 미진단 환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 지원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인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진단·감시·치료 방향을 정리하고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교육과 정보 제공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진단 시기를 앞당기고 맞춤 치료의 근거를 마련해 결절경화증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이 코호트 연구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