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lumn

유전자 편집 기술이 바꾸는
희귀질환 치료의 패러다임 정밀의료를 향한 도전과 진화

유전자를 읽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고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은 희귀질환 치료의 목표를 증상 관리에서 원인 교정 중심의 정밀의료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희귀질환 치료에 어떤 의미와 가능성을 가져왔는지 살펴본다.
글. 배상수, 신수철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인간으로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유전물질인 DNA를 가지고 있다. DNA에 담긴 유전 언어는 DNA 염기서열을 읽는 ‘시퀀싱’ 기술의 큰 발전으로 점차 해독되고 있다. 그러나 DNA 서열을 이해하고 유전질환에 대해 알 수 있게 되더라도 이를 실제로 고치거나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12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세상에 등장하면서 이젠 인간 세포 안의 DNA 서열 가운데 원하는 일부의 서열을 제거하거나 바꾸는 일이 가능해졌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를 이어갔다. 이제는 타깃 염기만을 정교하게 고칠 수 있는 ‘염기교정(Base Editing)’ 기술과 수십 개의 염기를 동시에 고칠 수 있는 ‘프라임교정(Prime Editing)’ 기술까지 등장하며 바야흐로 ‘정밀 유전자 교정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희귀질환 치료에서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치료의 목표는 증상 완화가 아니라 ‘질병의 원인’이 되는 DNA 서열 자체를 교정하는 ‘근본 치료(causal therapy)’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 편집의 진화 - 보다 안전하고 보다 정밀한 교정으로

초기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특정 DNA를 절단해 세포의 DNA 수선과정에서 새로운 서열을 삽입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였다. 이는 타깃 유전자만을 정교하게 바꿔냈다는 측면에서 매우 강력한 기술이지만, 유전자 편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DNA 이중나선 절단은 긴 유전자 삭제, 염색체 재배열, 세포사멸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그림 (가) A→G 또는 C→T로 정교하게 염기를 치환시킬 수 있는 ‘염기교정 기술’ 모식도 그림 (나) 수십 개의 염기를 동시에 삽입, 삭제, 치환시킬 수 있는 ‘프라임교정 기술’ 모식도

* 출처: 자체제작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염기교정과 프라임교정 기술이다. 염기교정은DNA를 자르지 않으면서도 타깃 유전자에서 단일 염기를 A→G 또는 C→T로 정확히 바꾸는 기술이다(그림 가). 프라임교정은 1~2개의 염기를 넘어 수십 개의 염기를 한번에 바꿀 수 있는 기술로, 이를 통해 지금까지 보고된 유전자 변이의 약 90%를 이론적으로 교정할 수 있게 되었다(그림 나).
이들 기술은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보다 안전하고 정밀하며 삽입·삭제·치환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용성이 훨씬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아직은 유전자 교정 효율이 높지 않고, 또 인체의 특정 장기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현재의 한계점이지만, 앞으로 많은 연구들을 통해 극복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AI 기반 예측 및 설계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유전자 교정 효율이나 정확도가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전자 교정이 ‘약’이 되는 시대 - ‘N-of-1 치료’의 시작

최근 희귀질환 치료의 흐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한 명의 환자를 위한 맞춤형 유전자 교정(N-of-1 gene editing)’ 이 실제 막 태어난 환자에 적용되어 치료 효과를 보인 일이다. 2025년 5월 의약학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보고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한 아이가 태어난 직후 심각한 고암모니아혈증(hyperammonemia)과 혼수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정확한 유전자 분석 결과 CPS1 유전자 쌍 모두에 돌연변이(Q335X, E714X)가 확인되었는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카르바모일 인산 합성효소 I’가 만들어지지 않아 간세포의 요소회로(urea cycle) 기능을 마비시켜 체내 독성물질이 축적되는 치명적 대사 이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연구팀은 단 6개월 만에 환아를 위한 맞춤형 염기교정 치료제를 개발하였다. 이는 A→G 교정을 수행하는 염기교정(ABE8e-V106W) 효소를 지질나노입자(LNP)에 탑재하여 전달하는 방식의 치료제로, 생후 7개월과 8개월 시점에 두 차례 정맥 투여되었다. 이후 아기는 단백질 섭취 제한이 완화되고 혈중 암모니아 수치가 정상 범위로 유지되었으며, 입원빈도와 보조 약물 사용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DNA 염기교정 기술로 치료 불가능했던 신생아 대사질환의 임상 상태를 개선한 세계 최초의 개인 맞춤형 유전자 교정 사례로 기록되었다.이 연구는 ‘한 명의 환자를 위한 치료제’라도 표준화된 교정 플랫폼을 이용하면 수개월내 실제 임상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즉, 유전자 편집 기술이 개념적 가능성에서 벗어나 현실적 치료 전략으로 진입했다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연구 인프라와 공공 연구의 역할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 유럽 등과 함께 3위권에 위치해있다. 한국은 바이오산업이 아직 크게 성숙되지 않아 임상 적용으로 빠르게 나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원천 기술 및 기반 기술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등 주요 기관들은 다양한 크리스퍼 술, 염기교정 및 프라임교정 기술 개발 및 최적화, 바이러스 및 비바이러스 전달체 개발, AI 기반 단백질 설계 및 예측 플랫폼 구축 등 차세대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2021년 설립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 역시 희귀질환 진단을 넘어 치료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부처 및 공공 기관의 큰 역할 중 하나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임상 전주기적 표준화와 안전성 검증에 있다. 개별 연구자가 개발한 교정 기술이 실제 치료로 이어지려면 대규모 유전정보 분석, 유전자 편집 기술 안전성 평가, 품질 관리 등 공공 인프라 기반의 신뢰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연구데이터 공유, 임상윤리 체계, 규제 조화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한국은 기술을 선도할 뿐만 아니라 임상 적용 모델 국가로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윤리적·기술적 도전과 국제 협력의 필요

유전자 편집은 인류의 유전정보를 직접 다루는 기술인 만큼, 윤리적·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다. 특히 생식세포(germline) 편집은 세대 간 유전정보를 바꿀 가능성이 있어 국제적으로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이미 태어난 사람에게 적용가능한 체세포(somatic cell) 편집에 한정하여 연구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생체 내 전달 효율, 유전자 편집 정확도, 유전자 편집 부작용 등 문제들이 아직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국제적으로 일관된 평가 체계와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기관들은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플랫폼 기반 평가 모델과 표준화된 안전성 검증 절차를 점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가이드라인 및 프레임워크의 발전은 향후 맞춤형 유전자 교정 치료가 보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임상 현장에 적용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다) 수 천개의 염기를 통째로 삽입하거나 교체하는 ‘대량 유전자 삽입·교체·편집 기술’ 적용 모식도

* 출처: 자체제작

유전자 치료의 미래 - 대량 유전자 삽입·교체·편집 기술

현재 유전자 교정 치료는 이제 짧은 서열의 염기 교정을 넘어 긴 유전자를 통째로 고치거나 바꾸는 ‘대량 유전자 삽입·교체·편집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손상된 유전자를 통째로 교체하는 수준의 정밀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데, 즉, ‘한 글자 수정’에서 ‘유전자 모듈의 재설계’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각각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 모두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common drug) 개념이 가능해져서 치료제의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실제 치료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유전자 서열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차세대 전달 기술과 AI 기반 최적화 및 교정 예측 기술 등의 연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이는 희귀질환은 물론 복합 대사질환, 면역질환, 암 등 보다 넓은 범주의 질환에 적용 가능한 범용 치료 패러다임을 열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유전자 교정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배상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신수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