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데이터, 치료의 기준이 되다 한승민 연세암병원 소아혈액종양과 교수

소아 백혈병 치료는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동일한 치료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거나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보다 정밀한 치료 전략이 요구된다.
연세암병원 소아혈액종양과 한승민 교수는 다기관 임상연구와 진료 현장에서
CAR-T 치료를 적용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치료 선택이 소아 백혈병 치료의 방향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글. 편집실 사진.박순재

진료와 연구 사이에서 ‘소아 백혈병’을 바라보다

한승민 교수는 연세암병원 소아혈액종양과에서 소아 백혈병과 다양한 혈액질환 환자를 진료하며,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을 중심으로 여러 다기관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CAR-T 치료 연구를 비롯해 혈액암 유전체 진단 연구, 미세잔존질환(MRD) 연구 등 진단부터 치료, 치료 이후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진료와 연구, 교육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상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교수는 이러한 역할의 병행이 소아암 진료 현장에서는 불가피한 구조라고 말한다.
“진료를 하다 보면 기존 치료로는 설명되지 않는 환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같은 치료를 했는데 결과가 다른 경우도 많죠. 그럴 때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를 고민하게 되고 그 질문이 연구로 이어집니다.”
그에게 연구는 진료에서 출발하고, 진료는 다시 연구로 이어진다. 특히 소아 백혈병처럼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질환의 스펙트럼이 넓고 치료 경과의 편차가 큰 영역에서는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이 치료 선택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CAR-T 치료, 왜 선택했을까?

CAR-T 치료는 소아 백혈병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는 아니다. 한 교수는 치료를 결정할 때 항상 치료의 이점과 부담을 함께 고려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실제 임상에서 적용 가능한 치료인지, 제도적·현실적 조건이 충족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이러한 판단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신이현 환아다. 신이현 환아는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연세암병원을 찾았다. 소아에서 가장 흔한 백혈병 유형으로 표준 치료를 통해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신이현 환아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미세잔존질환 검사에서 지속적으로 양성 소견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항암치료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아주 소량의 백혈병 세포가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세잔존질환은 재발 위험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다. 여기에 신이현 환아가 다운증후군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도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소아에서 발생하는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은 치료 과정에서 합병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식은 치료 강도가 높고 소아 환자에게 신체적 부담과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도 있다. 한 교수는 환아의 질환 특성, 치료 반응, 동반 질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치료 전략은 무엇일지 검토했다.
“무조건 강한 치료가 답은 아닙니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가 무엇인지가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판단 끝에 CAR-T 치료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CAR-T 치료는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백혈병 세포를 인식하도록 조작한 뒤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면역세포 치료로 기존 항암치료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

치료 이후 모니터링 과정이 더 중요한 CAR-T 치료

신이현 환아는 CAR-T 세포 주입을 마쳤으며 현재는 치료 이후 경과를 관찰하는 단계에 있다. 한 교수는 CAR-T 치료가 세포 주입으로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치료 이후의 모니터링 과정이 치료 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급성기에는 CAR-T 세포 주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중심으로 입원 치료와 면밀한 관찰이 이뤄진다. 이후 급성 부작용 시기를 지나면 치료 효과가 유지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치료 이후에는 부작용과 치료 효과를 함께 봅니다. 급성기에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고, 이후에는 이 치료가 병을 얼마나 잘 억제하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현재 주요 지표로는 B세포 감소 여부와 정기적인 골수 검사가 활용된다. 이는 CAR-T 세포가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여기에 미세잔존질환 검사를 통해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하는 과정도 동반된다. 이러한 모니터링 체계는 한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다기관 연구의 핵심이기도 하다. 진단 시점의 유전체 분석부터 치료 반응 평가, 재발 위험 예측까지의 과정이 데이터로 연결된다.
“치료의 목표는 완치입니다. 동시에 치료 과정에서 겪는 부작용과 치료 이후의 삶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효과와 안전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계속해서 찾고 있습니다.”
한 교수는 이러한 치료 선택의 기반에 데이터가 있다고 말한다. “데이터는 정보이고, 힘입니다. 한 명의 환자 경험이 쌓이고 그 데이터가 모일수록 다음 환자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료기관 생산 CAR-T 치료의 다기관 적용과 사회적 지원

이번 사례는 공공의료기관이 생산한 CAR-T 치료제를 여러 의료기관에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된 첫 사례로 CAR-T 치료의 공공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치료는 상업적 CAR-T 치료의 급여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특히,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통해 이러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 사업은 전국 200여 개 의료기관과 1,500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하여 소아암 및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정밀의료와 최신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료비 부담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CAR-T 치료는 아직 일부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다. 하지만 한승민 교수의 연구와 임상 경험은 소아 백혈병 치료가 데이터에 기반한 보다 정밀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치료를 선택하는 과정은 점차 구체적이고 근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소아 백혈병 치료의 다음 단계를 차분히 만들어가고 있다.

데이터는 정보이고, 힘입니다.
한 명의 환자 경험이 쌓이고 그 데이터가 모일수록
다음 환자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