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난청 치료의 진화
보조기기에서 유전자 맞춤 치료로

난청 치료는 오랫동안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중심으로 한 보조기기 기반 치료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는 소리를 인지하지 못하던 환자에게 청각을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학적 성과였다.
그러나 유전자 진단 기술의 발전은 난청을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질환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난청 치료가 보조기기에서 정밀의학으로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글.이상연 |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이비인후과 교수

난청, 원인 규명이 가능해지다

난청 치료는 오랫동안 부족한 청각을 보완하는 접근에 기반해 왔다. 보청기와 인공와우(Artificial Cochlear Implant)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던 아이에게 청각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온 중요한 청각재활 수단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이들 치료는 많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선천성 소아 난청 환자에게는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며, 청각재활을 통한 기능을 보완하는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들 환자를 면밀히 살펴보면 절반 이상에서 원인과 결과가 비교적 명확한 ‘유전자 돌연변이(Genetic Mutation)’가 확인된다. 원인이 밝혀진다는 것은 치료의 출발점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무엇을 보완할 것인가’보다 ‘무엇이 문제의 원인인가’를 먼저 묻는 접근으로 치료의 방향이 이동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은 난청 치료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진단의 진화와 치료의 간극

현재 외래에 내원하는 소아 난청 환자 중 약 70%는 유전 진단(Genetic Diagnosis)이 가능하다. 전장유전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까지 진행하면 10명 중 7명 정도에서 난청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난청은 생후 1~2개월 미만의 아이에서도 표현형(Phenotype)을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래서 치료적 개입(Intervention)이 이뤄졌을 때 그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도 용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밀의학이 임상 현장으로 확장되는 속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진단에 비해 치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난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희귀질환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실이다. 결국 중요한 과제는 진단 이후를 책임질 치료제 개발과 연구 시스템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가에 있다. 더 나아가 개발된 치료제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감각신경성 난청 관련 63개 유전자 (진단 가족 n=219)

유전자와 RNA 기반 치료의 확장

보청기와 인공와우는 현재도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다. 그러나 아이가 가진 자연 청각(Natural Sound)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난청의 진행을 예방 및 지연시키는 근본 치료의 관점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유전적 원인을 가진 난청의 상당수는 진행성 난청(Progressive Hearing Loss)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청각을 잃지 않도록 유지하는 치료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정밀의학적 치료의 핵심은 ‘원인 기반 접근’이다.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는 치료 물질과 전달체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현재 난청 분야에서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Adeno-Associated Virus)를 이용한 정상 유전자 전달, 즉 유전자 대체 치료(Gene Replacement Therapy)가 가장 앞선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벡터(Vector)의 크기 제한으로 적용 가능한 유전자에 제약이 있고 비표적세포 내 과발현(Overexpression)에 따른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 기반의 유전자 교정(Gene Editing)과 RNA 기반 치료(RNA-based Therapy)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DNA를 직접 교정하는 접근뿐 아니라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Antisense Oligonucleotide)를 활용해 스플라이싱(Splicing)을 조절하는 치료 전략은 증후군성 난청(Syndromic Hearing Loss)에서 특히 의미를 갖는다.소아 난청 환자 중 일부는 난청 외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증후군성 난청으로 진행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어셔증후군(Usher Syndrome), 확대된 전정수도관 증후군(Enlarged Vestibular Aqueduct Syndrome), 아가미-귀-콩팥 증후군(BOR Syndrome, Branchio-Oto-Renal Syndrome)이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유전자 진단을 통해 향후 질환의 전개를 미리 예측하게 된다.어셔증후군에서는 대표 유전자인 USH2A 유전자의 딥 인트론 변이(Deep Intron Variant)가 스플라이싱 기작을 방해해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사례가 확인된다. 이러한 변이는 스플라이싱 조절 ASO (Splicing-modulation ASO) 치료가 비교적 안전하고 적용이 용이한 유형으로 평가된다. 현재 전임상 단계에서 안정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며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개입할 수 있다면 향후 시각 질환의 경과를 바꿀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감각신경성 난청 유전자 분석 과정

유전자 교정 치료로 확장되는 난청 정밀의학 사례

기술과 제도가 만나는 지점

국내의 난청 정밀의학 연구 역량은 진단 기술과 치료 물질 개발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성과가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기까지의 제도적 시스템은 임상과 연구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 개발된 치료제가 해외,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먼저 승인과 임상을 거친 뒤 국내로 도입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치료 시점을 최소 5~10년 늦추는 요인이 된다.
유전자 치료제는 전달 방식에 따라 체외 치료(Ex vivo Therapy)와 체내 치료(In vivo Therapy)로 구분되는데, 체내로 유전체 치료 물질을 직접 전달하는 체내 유전자 치료(In vivo Gene Therapy)와 체내 유전자 교정(In vivo Gene Editing)은 국내에서 여전히 높은 규제 장벽에 직면해 있다. 난청 분야는 표적 위치로의 체내 전달이 치료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환경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결국 치료제 개발과 임상 적용 사이의 간극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선천성 소아 난청은 이제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질환이 되었고 일부 환자에서는 정밀의학적 접근이 실제 치료 선택지로 논의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치료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지만 귀와 눈은 표적화가 비교적 용이한 기관이라는 점에서 원인 기반 치료와 제도적 뒷받침이 맞물린다면 정밀의학은 점차 임상 현장에서 구체적인 치료 전략으로 논의될 것이다.

이상연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