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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안과 김영국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어린이 녹내장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선천녹내장은 태어날 때부터 눈 속의 물길이 막혀 안압이 상승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시신경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는 질환이다. 진료실에서 그는 보호자의 질문을 반복해서 마주해 왔다.
“수술은 정말 불가능한가요?”
선천녹내장 치료의 가장 큰 난제는 많은 환아가 각막 혼탁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기존 수술은 현미경을 통해 눈 밖에서 내부를 간접적으로 관찰하며 진행되는데, 각막이 흐리면 눈 속 구조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 경우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의료진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섬유주처럼 0.1mm 단위의 미세 조직을 다뤄야 하는 수술에서는 시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제로 기존 수술의 성공률은 20~50% 수준에 머물고, 중증 각막 혼탁 환아의 경우 시도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김 교수는 기존 한계를 받아들이기보다 질문의 방향을 바꿨다.
“밖에서 보지 못한다면, 안으로 들어가 직접 보면 되지 않을까.”
이번 연구의 핵심은 3D 자기장 제어 기반 자성 마이크로 로봇 수술 시스템이다. 초소형 로봇 끝에 내시경 카메라를 장착해 눈 속으로 직접 진입함으로써 각막 혼탁 여부와 관계없이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수술 도구를 손으로 조작하는 대신 외부에서 자기장으로 로봇을 제어해 손 떨림을 최소화하고 0.1mm 단위의 정밀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직접 시야를 확보하고, 인간의 손이 가진 한계를 넘는 정밀함으로 수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시스템이 임상에 적용되면 각막 혼탁으로 치료 기회를 잃었던 아이들도 보다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는 서울대학교병원(임상), 부산대학교(마이크로 로봇 설계), DGIST(제어·상용화)가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 구조로 진행된다. 임상 현장의 필요와 공학 기술, 상용화 전략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가능한 시도다. 김 교수는 생후 1개월 미만의 신생아에게도 적용 가능한 표준화된 수술 환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천녹내장은 국내에서 매년 약 100명만 진단되는 극희귀질환이다. 시장성과 수익성의 논리에서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온 분야다. 그러나 김 교수에게 이 연구는 선택이 아닌 책임에 가까웠다.
“이 수술은 아이 한 명의 시력 문제를 넘어 앞으로 살아갈 수십 년의 삶과 직결됩니다.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치료 가능성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이번 연구를 선천녹내장에 국한된 기술로 보지 않는다. 마이크로 로봇 기반 수술 시스템은 성인 녹내장과 백내장, 망막 질환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평가된다.
“인간의 손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영역에 새로운 길을 여는 기술입니다. 안과 수술의 접근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아 수술할 수 없었던 아이들. 김영국 교수의 연구는 오랫동안 넘을 수 없다고 여겨졌던 치료의 경계를 하나씩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