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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증후군,
비수술 맞춤 치료의 가능성을 열다 김준영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로빈증후군(PRS)은 태어날 때부터 숨 쉬는 길이 위협받는 극희귀 선천성 질환이다.
경험에 의존해 치료를 결정하던 한계를 넘어 CT, 3D 프린팅,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정밀 치료 연구가 시작됐다.
비수술적 맞춤 치료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김준영 교수를 만났다.
글.편집실 사진.박순재

보이지 않던 기도, 예측이 필요했던 치료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김준영 교수는 구순구개열, 반안면왜소증, 로빈증후군 등 선천성 악안면 기형 환아를 진료해왔다. 특히 로빈증후군은 턱이 작아 혀가 뒤로 밀리면서 기도가 쉽게 막히는 질환으로 신생아 시기부터 호흡과 수유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들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잠을 잘 수 없고, 젖을 먹기 힘들어 성장 자체가 위협받습니다. 그런데도 치료 방향을 정할 때는 정확한 수치보다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동안 PRS 치료는 아이의 외형이나 영상 일부를 보고 수술 시기와 방법을 결정해왔다. 하지만 기도가 실제로 어디에서 얼마나 좁아지는지, 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김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임상적 한계를 느꼈다.
“아이의 숨길을 ‘정확하게 재고’, 치료 효과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술 대신 설계로 접근하다

                  김준영 교수가 시작한 연구는 CT 영상과 3D 프린팅, 전산유체역학(CFD)을 결합해 환아의 기도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CT로 촬영한 기도를 3차원 모델로 구현하고 그 안에서 공기가 어떻게 흐르는지를 시뮬레이션해 가장 문제가 되는 구간을 찾아낸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것이 환아 맞춤형 ‘OAP(Orthodontic Airway Plate)’다. 혀의 위치를 조정해 기도를 넓혀주는 장치로 수술 없이도 호흡과 수유를 개선할 수 있다.
“기존에는 장치를 만들어 끼워보고 좋아졌는지 지켜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제는 장치를 적용했을 때 기도가 얼마나 넓어지고 호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수치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맞춤형 OAP 치료는 수술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치료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수면의 질과 산소포화도가 개선되고 체중 증가와 성장 곡선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생후 수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반복적인 침습 수술을 피할 수 있다. “수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수술을 미루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히는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가 쌓이면 기준이 된다

                  이번 연구에는 구강악안면외과를 중심으로 통합치의학과, 이비인후과, 신생아과, 공과대학 연구진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PRS는 기도, 턱, 혀, 수유, 성장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질환으로 진단과 치료 과정 전반에서 의학적 판단과 공학적 분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진단부터 장치 설계, 치료 효과 평가까지의 과정이 끊기지 않고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치료의 표준화’입니다. 환자 수가 적어 치료 경험과 데이터가 흩어져 있던 희귀질환 영역에서 임상 경과와 결과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죠. 한 아이의 치료 경험이 다음 아이의 치료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데이터를 통해 공통의 판단 근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접근은 로빈증후군에 국한되지 않는다. 향후 구순구개열, 희귀 기도 질환, 성장기 악안면 기형 환아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으며,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보다 정교한 분석과 치료 방향 제시도 가능해진다.
김준영 교수의 연구는 수술 중심 치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치료 이전 단계에서 아이의 기도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보이지 않던 기도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경험에 의존하던 선택을 설명 가능한 판단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이는 치료의 방식이 아니라 치료에 접근하는 관점을 바꾸는 연구다.